“아버지는 6개월 동안 병원에 계셨습니다. 그동안 든 병원비와 약값, 간병비를 합치면 4천만 원이 넘어요. 치료보다 비용이 더 버겁더라고요.”
70대 부친을 돌보다 최근 장례를 치른 한 시민의 말이다. 이처럼 고령자의 의료비가 ‘삶의 마지막 1년’에 집중되는 현상이 통계로 확인되며 사회적 논의가 커지고 있다.
보건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고령자 의료비의 절반 이상이 사망 직전 12개월 내에 지출된다. 특히 6개월 전부터는 의료비가 급격히 상승해, 평균 지출액이 2~3배 가까이 뛴다. 이유는 명확하다. 암, 심혈관질환, 만성신부전 같은 중증 질환이 악화 단계에 이르러 집중 치료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지출이 가족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돼도 간병비, 비급여 약물, 보조기기 비용은 모두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치료 포기’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고, 가족은 경제적 한계 속에서도 ‘끝까지 해야 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삶의 질 중심 돌봄’보다 ‘치료 연장 중심 구조’에 치우쳐 있다”며 완화의료 확대를 주문한다. 실제로 OECD 주요국들은 완화의료 제도를 통해 임종기 의료비를 줄이는 동시에, 환자의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또한 예방적 건강관리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조기 검진과 만성질환 관리가 강화되면 고비용 치료로 가는 환자를 줄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삶의 마지막 시기 의료비는 결국 ‘평생 건강관리의 결과’”라며 “질병 예방 중심의 건강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한국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재정 이슈가 아니라,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사회적 질문이 되고 있다.